Web 2.0의 몸통은...

오늘 저녁 우리나라 블로그계를 만들어가시는 형님들과 잠시 Web 2.0에 관한 가벼운 논쟁을 했는데, 그 때 내 이야기를 미국서 들었는지 그러고 나서 우연히 이런 포스팅이 올라와서 토론이 번졌다. 신기하구만.

조금더 이야기하자면 내 주장은 이것이다: "Web 2.0은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어낸 몸통 없는 허상이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그 말에 잘 길들여서 그게 마치 웹의 미래인양 포장하지만, 사실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상태에 잡아두기 위한 장치이다."

그렇다고 Web 2.0을 이야기하고 정의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 테두리에 넣고자 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럿의 다양한 생각의 그 분들을 지지하는 여럿의 가상 그룹들이 모여서 멋있게 그려나가는데에 Web 2.0이라는 변질된 말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우젠이나 Web 2.0이나 매 한가지 라는 것이죠. 사실 대화를 할 때나 글을 읽을 때 그 문맥에서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고급(?) 사용자라면 그다지 걱정되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 못한 일반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검색엔진에 Web 2.0이라는 말을 넣고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우리나라를 찝어서 이야기하자면, 넓다구리한 인프라와 세계적으로 나름의 진보적인(?) 서비스들을 하는(포털들의 폐쇄성을 제외하면) 사실을 생각하면, 굳이 딴나라의 Web 2.0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마인드셋을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필요한 기술 필요한 커뮤니티 필요한 웹 그리고 필요한 미래를 만들어낼 능력도 있거니와 그렇게 만들어왔다. 그것을 Web 2.0이라는 말로 굳이 재포장하여 자꾸 거기에 익숙해져서 이것이 Web 2.0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분명 그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고유의 개념을 가졌기에 Web 2.0이라고 붙일 필요가 없는 것에다가 그 딱지를 자꾸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웹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Web 2.0 is..."이라는 문구를 한마디 만드는 것도 유행이라면 유행이다. 나도 위에 하나 적었네;;)

Web 2.0에 관해서 여러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알고보면 결국에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Web 2.0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공통된 교집합은 각자가 그리는 웹의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라는 추상적인 구름. (물론 또하나의 교집합인 Google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Google도 - 훌륭한 서비스들을 많이 하는 - 기업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허접하든 말든 Web 2.0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되게끔 잘 엔지니어링 되었다는 뜻일테지요.

재미 있는 사실은, 나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Web 2.0에 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인데, 첫째로 몸통이 없는데 공부해야되는 것이 블로거들의 글을 읽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거니(뭘 잘 모른다는 것인지 모르겠다)와, 둘째로 굳이 블로거들의 글들과 기사들을 읽는 것이 그것이라면 평소에 누구나 하는 일이다. 블로거들의 생각은 매일 조금씩 바뀌고 이를 기준으로 하는 Web 2.0이라는 현상으로써의 이해를 반영하지, 실제로 이를 이용하여 돈을 벌기 위해서 사용하는 Web 2.0이라는 단어 자체를 구체화하지는 않는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분명 사실이니, 이런 생각이 드는 나는 경영 마인드는 부족한걸까.^^